동네 어르신들이 모르는 1975년대 흑역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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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네 어르신들이 모르는 1975년대의 흑역사가 있었습니다.
이곳이 어딘지 아는 사람은 아주 오래 전 군부대 들어서기 전에 살았던 분들이겠지요.
당시 숙자네 앞입니다.
막걸리 팔던 그 집 앞이지요.
담벼락 옆으로 작은 길이 나 있었고,
감성국민학교 다니던 아이들은 저 길로 등교와 하교를 했으니 거의 매일 드나들었습니다.
멀리 보니 좀 윤곽이 잡히는군요.
만자네 논을 지나 걷다 보면 바로 아래 사진에 보이는 길로 들어서고 조금 더 가면 교감님댁 포도밭이 나왔습니다.
시멘트길 왼쪽 아래 작은길이 바로 감성국민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이용하던 길이었습니다.
우리 동네에 제 또래는
엄수, 영기, 기영이, 정환이, 진태, 현수, 승희, 숙자, 엄숙이 그리고 다른 한 아이 이름이 생각 안나는군요.
이들 중 두 놈이 싸움도 잘하고 힘이 쎗더랬습니다.
나머지 남자애들은 등하교 때, 시다바리가 되었지요.
힘쎈 두 놈의 가방을 돌아가며 대신 들어주는 것이 당시 반복되는 일상이었습니다.
나무 막대기를 구해서 앞뒤로 어깨에 짊어지고 그 막대기 사이에 가방끈을 끼우면 들기가 수월했지요.
동네 어른들이 보면 혼낼 것을 알았으니
숙자네 앞에 도착할 쯤에 그 두놈은 각자 가기 가방을 가져갔습니다.
이를 지켜본 어르신들은 애들이 즐겁게 학교에서 돌아 오나보다 했겠지요.
저는 날마다 이곳을 지나니..
그 때 그 시절이 자주 떠오른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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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힘쎈 놈 중 하나는 도벽이 좀 있었던 듯 합니다.
우리집이 승희네 옆에 있을 때,
하루는 신작로 길가에서 구르마 바퀴를 주워 온 일이 있는데, 바퀴를 지지하는 쇠막대가 강철이라서 참 쓸모 있을 것으로 여겨졌습니다.
몇 날 동안 돌로 부수고 해서 바퀴와 쇠막대를 드디어 분리했지요.
쇠망치도 구하기 힘든 시절에 돌로 내리쳐서 바퀴를 분리하는게 얼마나 어렵고, 힘든 일인지 지금 시절엔 이해가 안될 겁니다.
그러니 그 강철 쇠막대는 나의 보물1호일 수 밖에요.
10여일 뒤에 저의 그 보물1호가 없어졌습니다.
동생이 엿 바꿔 먹었을까?
고양이가 물어갔을까?
엄마가 공부 안한다고 어디 감춘걸까?
어디에서도 그 보물1호 강철막대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.
그런데, 한 달여 지난 후 그 힘쎈 친구의 집에 갔을 때..
나의 보물1호 강철막대가 그 놈 집 마당 한켠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.
머리가 돌 지경이었지요.
하지만,
돌려달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.
얻어 맞게 될까 두려웠으니까요.
아무렇지도 않게 내 보물1호를 도둑질하고도 태연한 그놈이 미웠지만 힘이 약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 당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.
한 때,
대학생들이 농촌봉사활동을 한다고 우리동네에 야학을 개설한 일이 있었지요.
대학생 선생님이 영어책을 한 권씩 나눠줬는데..
어느날 야학시간에 그 힘쎈놈이 책을 안가지고 강의실에 들어온 것입니다.
주변을 둘러보더니 내 책을 아무렇지도 않게 뺏어서는 자기 책인양 펼쳐 놓고 수업을 듣더군요.
저는 책을 부당하게 뺏겼지만 항의를 못했습니다.
항의했다간 다음날 어디에서 얻어 맞을 것이 두려웠으니까요.
야학 선생님이 그놈과 저에게 젊잔게 타이르셨지만.. 다음에 또 그놈이 책을 빼앗더라도 내 처지는 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.
당시에 저는 힘 없는 자신의 나약함을 탓했겠지요.
하지만, 이제 성장해서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여러 자료들을 학습하는 가운데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.
많은 경우에 사람들은
두려움 앞에서 몸이 경징되는 경험을 한다는 사실입니다.
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경직되어 '반항할 수 없는 처지'에 빠지는 현상이 생기는 것입니다.
심리적으로 자기 방어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거지요.
폭력을 행사하는 자,
남을 괴롭히는 자들이 흔히 변명하는 것은 "피해자가 싫다고 말해야 했었다"고 주장하는 것인데요.
큰 두려움 앞에서 약자가 어떤 반항이나 항변, 대응을 할 수 없는 것은요.
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장애의 하나라는 것입니다.
따라서, 부당한 위압에 맞서 어떤 반항이나 항변을 하지 않은 자체로
약자를 괴롭히는 정당성이 될 수 없다는 뜻이지요.
세월이 흘러 50대 후반에 들어선 지금
어릴 적 약자인 친구를 괴롭히고,
남의 것을 아무렇지 않게 훔쳣던 그 도벽 있던 성품이 어떻게든 바뀌었을지 궁금해집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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